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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ulgent

하윤 (@Yoon_theguest)

  최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이름이 손목에 적혀있다는 것은 묘한 느낌을 주곤 했다. 어디 있는지 찾고 싶다가도, 굳이 찾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어차피 이 지긋지긋한 생활이 끝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박일도가 적혀있지는 않아서 다행인가, 그런 우스갯소리를 떠올린 적도 몇 번 있었으나 쓰여 있는 이름을 특별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사람들이야 특이하게 볼지 모르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저 익숙함에 지나지 않았다. 

  소매를 끌어 이름 위를 덮는다. 이런 게 뭐가 중요하냐, 빨리 박일도 찾아서 없애야지. 작게 뱉는 한숨이 오늘따라 크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감응을 통해 사람이 죽는 순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막지 못하는 순간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이 괴로울 때가 있었다. 볼 수는 있어도 구마는 하지 못했으니까. 심지어는 감응할 때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도 했다. 귀신들이 말하는 너도 나와 같다는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능력이 실은 저주받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해왔다.

 

  겨우겨우 부마자를 붙잡아서 넘길 때쯤에는 그런 생각들과 더불어 몸과 마음이 모두 녹초가 되곤 했다. 물론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고.

 

  그냥 구마해줄 사람이면 충분한데. 이번에 온 신부님은 조금, 그래. 아주 조금 잘생긴 것 같긴 했다. 무슨 구마 사제가 저렇게 잘생겼어? 연예인도 아니고. 단정한 머리에,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까지. 귀신도 아닌데 꼭 사람 홀릴 것처럼 생겼단 말이지. 육광이 형 말로는 구마 실력도 뛰어나다고 하고. 어디서 이런 사람이 튀어나왔대. 싸가지만 조금 더 있어도 완벽했겠구만.

 

  구마가 끝난 뒤, 가볍게 악수를 하자 맞잡아 오는 손이 생긴 것과는 다르게 단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구마해줄 사람에게 무슨 이런 생각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해서 속으로는 코웃음을 쳤지만. 

  그 순간, 이름이 써진 오른쪽 손목이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왜 이러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소매를 더 내려 손목을 감췄다. 운명의 상대가 주변에 있으면 뜨거워지기도 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여기 있는 사람이라고는 나와 너, 그리고 막 구마를 끝낸 부마자 뿐이었다. 이 부마자가 운명의 상대일 리도 없고… 혹시? 하는 마음에 너를 바라보자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태연히 목덜미만 쓸 뿐이다. 대체 뭐지.?

  "혹시 신부님 이름이 뭐야?"

  "마테오 입니다."

  "아니 그거 말고… 아니다."

  설마 신부님이 운명의 상대겠어? 말도 안 되는 얘기지. 아니, 아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긴 했다.

  손을 내저으며 웃자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는 시선에 어깨를 작게 으쓱해주고 말았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 말에 가볍게 묵례했다. 여전히 뜨거워지는 손목은 생각의 저편으로 던져버린 채로.

 

 


  그날 밤부터 자꾸만 떠오르는 얼굴에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센 사람이 구마만 잘하면 됐지. 얼굴은 왜 또 그렇게 생겨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잊히기는커녕 자꾸만 떠오르는 얼굴, 그리고 화끈거리던 손목의 감각.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했다. 결국 네가 내 운명의 상대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갈수록 크기를 불려 나갔다. 

 

  사실, 내가 운명의 상대를 찾지 않으려고 한 것은 혹시라도 또 다른 사람이 이 일에 휘말리게 될까 두려웠던 탓도 있었다. 그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당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잃는 것은 이제 지쳤으니까.

 

  하지만 정말 네가 운명의 상대라면 이렇게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평생을 살아도 만나기 힘든 경우도 있다는데, 이렇게 놓치면 누구라도 나를 답답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게다가 구마사제라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모두 앗아가는 박일도에게서도 안전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다짜고짜 찾아가 네가 내 운명의 상대인 것 같아, 라고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듣기로는 운명의 상대가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고 하고, 심지어는 아예 쓰여 있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까.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그런 비관적인 경우까지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옷을 챙겨 입었다. 이런 건 직접 부딪혀봐야지, 그런 이유기는 했지만 사실 널 보고 싶었던 이유가 더 컸을 것이다.

 

  마침내 도달한 집 문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이대로 돌아갈까. 정말 운명의 상대라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 않나? 이렇게 망설여서는 될 것도 되지 않겠다 싶어 결국 누르는 초인종. 그 소리보다 제 심장 소리가 더 큰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원래 심장 소리가 이렇게 컸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리는 문에 태연한 낯을 꾸민다.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손목. 이 정도면 확신을 가져도 되는 거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반, 설레는 마음이 반이었다. 이렇게 설레어본 게 대체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어, 신부님."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그러고 보니 왜 찾아왔는지는 안 정해뒀는데. 너무 정신없이 나온 것 같다는 자책을 해봐도 당연히 이미 늦었다. 아니, 우리가 만날 일이 뭐 있겠어. 얼버무리는 말에 의심을 품은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던 너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마자 때문입니까?"

  "어? 어! 그거지. 그거. 부마자."

  당황한 탓에 더듬거리는 말. 그런데도 너는 알았다는 듯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들어선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에 내 주제에 죄책감이라도 들었던 것인지 가슴 한쪽이 따끔거렸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던 내가 이런 마음을 품는다는 게 우습기도 했다.

  아, 진짜 어떡하지. 최근에 감응한 적도 없는데. 없는 부마자를 만들 수도 없는 일이고.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자 어느새 사제복을 차려입은 네가 문을 연다.

  "그래서 어디 있습니까, 그 부마자."

  진짜 구마라도 할 기세인 너에 조금은 당황한 낯을 띄워 보였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나오면 어떡해, 아니, 당연한 거지만 지금은 아닌데. 어떻게 둘러대지. 핑계가 부족하면 언제나 이렇게 탈을 부르기 일쑤였다. 애초에 이렇게 무작정 오지 말아야 했는데. 평소에 임기응변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왜 네 앞에서는 이렇게 헤매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 아니. 아직 못 찾아서."

  "… 진짜 있는 거 맞습니까?"

  네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아니, 없는 부마자를 어떻게 만드냐고… 결국 한숨을 내쉬고는 무작정 너를 붙잡았다. 당황한 너의 낯, 그리고 화끈거리는 손목. 아, 또다. 이 잊히지 않던 감각. 

  "일단 같이 밥이라도 먹고…"

  이게 무슨 개소리냐. 말해놓고서도 수습이 안 되는 기분이었다. 

  “아니, 저번에 그게 고맙기도 했고… 찾기 전까지 대기하는 겸사겸사… 내가 언제 감응할지도 모르니까 같이 있는 게 낫지 않아?”

  중얼중얼 변명을 늘어놓는 나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에 결국 입을 다문다. 내가 들어도 어이가 없네. 아무 소득이 없기는 했지만 이렇게 계속 세워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땅히 설득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 들려오는 네 목소리가 제 발을 붙잡았다.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어? 뭐라고?"

  "메뉴요. 아무거나 괜찮다고요."

  지금 알겠다고 해준 건가? 왜? 혼란스러워할 시간도 없이 발걸음을 떼는 너다. 갑시다. 그 말에 어, 어. 하며 멍청하게 답해버린 나. 설마 이렇게 어색한 변명에도 넘어가 준 건가.

  결국 같이 밥까지 먹었다. 음식점 자판기였지만 커피도 마셨다. 집에도 데려다줬다. 아니, 이거, … 영화만 보면 데이트 아니야? 나 지금 김칫국 마시는 건가? 미치겠네. 뜨거워지다 못해 화끈거리는 손목을 긁적인다. 그래, 그냥 내 착각이겠지.

  "신부님, 그럼 들어가."

  "… 뭐라도 보이면 알려주세요."

  목덜미를 쓰는 걸 보면 너도 머쓱하긴 했던 모양이다. 진짜 최악이다. 얼떨결에 데이트 같은 것을 했다고는 하지만 처음을 거짓으로 시작한 만남이었다. 제대로 한 것도 없고, 이름도 못 물어보고. 하지만 정말 너의 이름이 최윤이 맞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머리를 헝클었다.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바보같이 느껴지면서도, 그것을 극복할 힘은 없었다. 내가 이렇게 약했었나.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었던가. 

  그래, 실은 그게 나였다. 박일도를 찾느라 나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다. 만약에 정말 네가 운명의 상대라고 해도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애초에 네가 누구의 이름을 새기고 태어났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아니라면 나로 바꿔 달라고 때를 쓸 수도 없는 일이다. 이름이 없다면 새겨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던 중, 더 절망적인 상황이 다가왔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내 지갑의 최신부 사진을 보고 놀랐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기는 했다. 최신부에게 동생이 있다는 것은 부마자의 말로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최신부, 그리고 네 이름이 정말 최윤이라면 성도 같았다. 이 정도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생각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물어보기 전까지는 확실히 모르는 거라며 나를 다독였다.

  심호흡했다.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난 너의 형을 빙의시킨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니 나를 미워하게 되겠지. 다 알고 있었으면서, 박일도 얘기를 하고 최신부 얘기를 하면서 너에게 도와 달라 수없이 청했다. 뻔뻔하고 이기적인 놈이라고 네가 욕하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난 정말 그런 인간이었으니까. 박일도를 잡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너를 상처 입히고 있었던 건 아닐까. 좋아한다고 했으면서도, 그렇게 너를…

  조금 더 솔직해져 보자면, 나는 너를 좋아했고, 그래서 더 보고 싶었고, 넌 강했고, 그래서 자꾸만 너를 찾은 것도… 그래, 다 내 잘못이었으니까.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가 이걸 물어보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이걸 말하는 게 너에게 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자꾸만 초조해지는 마음을 억누른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네가 나를 더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것조차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는 내가 싫어서, 그래서 목소리가 떨렸는지도 모르겠다.

  “뭔데요?”

  “너 혹시, 최신부 동생이냐?”

  이게 맞다면, 너의 이름이 최윤일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겠지. 그럼 나는 더 이상 무얼 할 수 있을까. 너를 사랑하는 것조차 죄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 죄일 것이다. 그런데도 물어볼 수밖에 없는 건,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겠지. 너에게 상처를 조금이라도 더 적게 주고 싶었으니까. 네게 내 이런 마음을 들킨다면…….

  “우리 형을 당신이 어떻게…”

  우리 형, 그 말에 힘없는 웃음이 흘렀다. 아니길 바랐는데. 너만은, 아니길 바랐다. 다른 누구였다면 이렇게 반응했을까. 오히려 더 뻔뻔해졌을지도 모른다. 내 행동을 정당화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 알면서도.

 

  그래,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문제였는데. 형을 찾아서 구마하기 위해 사제가 되었다고 하면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걸 애써 부정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너에게 미움받기 싫어서, 그래서 네게 이렇게나 중요한 문제를 자꾸만 감췄던 건 아닐까.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입술이 떨려서 도저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답을 구하려는 네 눈빛이 마치 숨을 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두 내가 감내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이렇게 망설이게 되는 건 내가 그만큼 너를, …….

  “네 형을 빙의시킨 게 나니까.”

  네? 되묻는 너의 말에 차마 답하지 못했다. 이내 제 멱살을 쥐어오는 손길도 뿌리치지 못했다. 네가 화내는 걸 이해하지 못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이렇게 반응할 줄 알고 있었다. 물론 박일도 때문이라고 해도, 내가 너의 형을 빙의시키지 않았더라면 너는 평범한 집에서 평범하게 자랐을지 모른다. 부모님과 형의 사랑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행복한 생을 살았을지 모른다. 그걸 깨트린 게 나다, 그걸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당신이 어떻게…….” 

  그 말에도 답하지 못했다. 차라리 나를 더 원망해줬으면 했다. 네가 나를 너무 미워해서 네가 너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다. 네가 나를 너무나 미워해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못 박아서, 그래서… 너를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는 너를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 방법이라도 써서 너를 잊고 싶을 만큼 나는 간절했다. 그리고 그 말은, 내가 그만큼 너를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방법까지 생각하진 않았겠지. 

 

  이런 마음을 빼고서 보더라도, 너의 구마 실력은 뛰어난 편이었다. 가끔 무모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그 정도는 강 형사님이나 내가 있어 주면 된다. 이 정도 구마 실력을 가진 사람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네 형을 빙의시킨 게 내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겠지.

 

  화를 내는 네 앞에서 나를 탓해도 할 말 없다는 말은 해도, 미안하다는 말은 쉬이 꺼내지 못했다. 너에게 용서하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평생을 미워해도 좋았다. 네가 억지로 그래요, 나는 윤화평씨를 용서합니다. 라고 말한다면 그게 더 괴로울 것 같았으니까. 네가 네 마음에 솔직했으면 좋겠다. 나를 한없이 미워하고 원망해도 좋으니까 네가 네 마음을 숨기지 않았으면 했다.

 

  내가 너무나 오래 그래왔으니까. 좋아해도 좋아한다고 쉽게 말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좋아하는 것 하나 가지는 것도 두려웠다. 그럴 여유도 되지 않았다. 오로지 박일도 하나를 잡겠다고 평생을 바치면서 점점 나는 내 마음을 숨기게 되었다. 박일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생각이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는 게 두려웠다. 혹시 박일도가 이 사람도 해치게 될까 봐.

  그런 내게 너라는 예외가 생겼다. 지켜주고 싶은 사람. 내게서 떼어내는 방법이 아니라 내 곁에 두어도 위험하지 않길 바라게 된 사람. 처음으로, 이기적인 마음을 품게 된 사람.

  예외라는 것은 때로는 괴로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쩌면 아주 사소한, 그 손목에 적혀있는 이름, 운명의 상대임을 나타내는 바로 그 이름 하나로 시작한 이 마음이 깨지지 않길 바랐다. 누가 나를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괜찮으니까, 딱 한 번만 욕심을 내고 싶었다.

  너는 내게 예외였고, 그래서 욕심이었고, 그래서 사랑이라 명명했다.

 

  그 이후 조금은 냉랭해진 시선을 받아내야 했지만 너는 날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일도를 같이 잡자며 나서주기까지 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박일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네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에 걱정이 일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를 기다렸다. 평생이 걸린다고 해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동안 내 마음이 정리된다면 더 좋을 테고. 이 이기심이 결국 영영 깨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너를 다치게 할 것 같았으니까. 겨우겨우 눌러뒀던 두려움이 자꾸만 고개를 쳐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네게 내 손목을 보여주는 일을, 그러니까, 네가 내 운명의 상대임을 시인하는 것을 계속 이렇게 미룰 수는 없었다. 언제 실수로라도 손목을 보이게 될지도 모르고, 내 마음이 정리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정말 그만둘 것 같았으면 네가 최신부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다른 구마 사제를 알아봤겠지. 

  그래, 미리 말하지 않아 너를 당황하게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게 나았다.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너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 두려워 지금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인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너를 배려하지 않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내 이기심만을 불려왔다. 너를 배려하지 않았다. 

  나를 위한 선택일까, 너를 위한 선택일까. 그것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신부님, 이름이 뭐야? 세례명 말고."

  " … 최윤입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설마했는데. 

  작게 한숨 뱉고는 소매를 걷었다. 선명히 새겨진 최윤이라는 이름, 조금 반짝이기까지 하는 너의 이름.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운명의 상대가 너라는 것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또한 너라는 것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미친 듯이 떨리는 심장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 네가 어떤 대답을 늘어놓을지 몰라 겁을 먹지는 않을 테니까. 

  천천히 네게 손목 안쪽에 써진 이름을 보여줬다. 눈에 띄게 당황하는 너와, 아무렇지 않는 척 하는 나. 어느 쪽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되겠지.

  "… 이게 뭡니까?"

  "뭐긴 뭐야. 신부님 이름이지. 최윤, 신부님 이름이라며."

  네가 당황할 것 정도는 예상했다. 

  내가 지금부터 마주해야 할 것은, 네가 이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리고, 이것의 답이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킬지였다. 나쁘지만 않았으면 했다. 좋은 것까지는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나쁘지만 않기를, 네가 나를 영영 보지 않겠다고 하지만 않기를 바랐다. 그런 말을 들어서라도, 너와 멀어져서라도 너를 잊고 싶다고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네가 나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제 모습이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느리지만 크게 심호흡을 하곤 말을 이어나갔다.

  "신부님은 어디에 적혀있어? 이름."

  "…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조금은 당혹스러운 말이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름은 숨겨야 할 것으로 치부되기도 했고, 혹시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거라면 보여주기 난감할 테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적어도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잖아.

  "왜?"

  "윤화평씨가 아실 건 아닌 것 같아서요."

  그리곤 몸을 틀어버리는 너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렇게 가는 게 어디있어. 무슨 답을 듣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가면 나는 어쩌라고. 나는 용기를 냈는데 너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용기를 꼭 내야 하는 건 아니었음에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분명 나에게도 있었음에도, 용기를 내지 못해서 이것도 이렇게 미뤄왔으면서. 저 자신이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내 몸에 네 이름이 있어. 이게 무슨 뜻인지 몰라?"

  "제가 그것까지 책임져야 합니까?"

  맞는 말이었다. 나조차 결정할 수 없었던 내 운명의 상대가 너라고 해도, 그것과는 관련 없이 내가 속절없이 너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고 해도, 그건 오롯이 내 마음이고 내 사정이었다. 내가 책임질 것은 아니었다. 너에게 책임을 쥐여 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느리게 손목을 놓아주었다. 차라리 영원히 안고 갈걸. 시계라도 차서 영영 감춰버릴걸. 그랬더라면 이렇게 너를 몰아붙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이렇게…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래, 내 충동 때문이 맞았다. 너를 더 배려해줘야 했다. 그걸 못한 것은 오로지 내 잘못이었고, 그래서 도망간 너를 탓하고 싶진 않았다.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여길 벗어나면 너와도 끝일 것만 같아서 그게 두려웠다. 마른세수하는 손이, 그리고 그 손과 이어지는 손목이, 정확히는 그 이름이 아직도 빛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나를 더 좌절에 빠지게 했다.  

  물론 그 후로도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구마사제는 너뿐이었으니까. 물론 사심이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거짓말이겠지만 박일도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라며 나 자신을 속였다. 그렇게라도 너를 보고 싶었다. 그날 그곳에 서서 생각했듯이 너와 이대로 끝나버리는 건 원치 않았다. 오로지 내 이기심 때문에, 너는 이렇게… 나의 마음에 책임까지 지게 되어버린 건 아닐까.

  진짜 추하다, 화평아. 네 마음까지 강요하진 말았어야지. 그렇게 몰아붙이지 말았어야지.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책하곤 했다. 그래봤자 그 순간은 사라지지 않는데.

  그렇게 무례하게 굴었는데도 너는 내가 부르면 묵묵히 나를 위해 와주었다. 부마자를 구마하다 몇 번을 홀리고, 또 서로를 깨워주고, 때로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늘 혼자 할 수 있다고 우기는 네 옆에서 너의 구마를 도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것뿐이었다. 부마자를 찾고, 너를 부르고, 가끔은 너를 도와주는.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할까. 비즈니스 관계?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우리는 딱 그 정도 관계였으니까. 그 사실이 가끔은 우습게도 느껴졌고, 씁쓸하게도 느껴졌다. 

  "내가 불편하진 않고?"

  하루는 나를 도와주는 네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렇게 물었었다. 불편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말한다면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볼 의향도 있었다. 구마 사제를 새로 찾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으나 아예 못할 일도 아니었다.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셈 치는 겁니다."

  그 말에 나는 너의 몸에 새겨진 이름조차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것 자체가 나한테는 사치가 아닐까, 싶어서. 그 이름이 내가 아니니까 저런 말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이 슬프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운명의 상대가 내가 아니라면 그 또한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것이었다. 멋대로 사랑해버린 죄다. 멋대로 마음을 강요해버린 죄다.

  차라리 찾지 못한 편이 더 나았을 텐데. 운명의 상대라는 이름으로 얽히지 않았더라면, 널 만날 때마다 화끈거리는 이 손목의 네 이름이 어느 순간 지워진다면… 그땐 내가 너와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사실은 너와 친구 정도로 남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었고, 너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다. 네가 궁금했다. 구마사제 마테오가 아니라, 사람 최윤이 궁금했다. 네가 좋아하는 건 뭔지, 싫어하는 건 뭔지, 평소에는 무얼 하는지, 즐겨듣는 노래가 있는지, 가고 싶은 곳은 있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 궁금했을 뿐이다. 

  그러곤 네가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싫어하는 것을 조심하고, 너의 평소에 함께하고, 즐겨듣는 노래를 함께 듣고, 가고 싶은 곳에 데려가 주고 싶었다. 이런데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와 깊은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닌데 나는 문득문득 너를 사랑하지 않는 내가 상상되지 않았다. 네가 없는 나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곤 했다. 이런 마음을 가진 걸 네가 알면 기분 나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씁쓸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최윤,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리고 떠올릴 때마다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타인에서 조력자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어쩌면 자연스럽고 어쩌면 어색한 그 관계들이 이제는 내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이 마치 꿈만 같아서, 현실을 잊어버릴 것만 같아서, 네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그 사실마저 때로는 외면하고 싶어져서 그렇게 한참을 홀로였다. 

  너와 함께하는 순간에도 나는 너와 함께 있지 않았다. 몸은 같이 있었을지 몰라도, 마음은 따로였으니까.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꾹꾹 눌러 담았다.

  너는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하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 점이 나와 닮아있어서 더 끌렸을지도 몰랐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끌리기 마련이라고 했으니까. 나는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만 안심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더더욱 너를 그렇게 두고 싶지 않았다.

  “야, 최윤!”

  지금도 그랬다. 위험하다고 말한 주제에 자신이 몸을 던지려고 한다.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가끔은 화가 났다. 나는 그것만이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너와 함께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걸 알려준 게 너였는데.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곁에 있는데, 너는 왜 끝까지 나에게 기대려고 하지 않는 건지. 

  “윤화평씨!”

  너 대신 맞아낸 부마자의 공격에 피를 토한다. 아릿한 고통 사이에서도 도망가는 부마자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을 떴지만 얼마 안 가 눈앞이 흐려져 쫒을 수가 없었다. 귓가를 울리는 네 목소리에 흐려지는 시야를, 의식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봐, 나는 이렇게 너를 믿는데. 네가 분명 나를 구해줄 것이라고 믿는데.

 

  너도 조금만 나를 믿어주면 안 되는 걸까, 사랑한다는 말을 바란 것도 아닌데.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네 모습에 희미한 미소를 걸었다. 봐, 너는 나를 구해줬잖아. 내가 너를 믿는 만큼 너도 나를 믿어준 거잖아. 온몸을 타고 흐르는 고통에 끙, 짧은 신음과 함께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아직은 움직이면 안 된다며 다시 나를 밀어 눕히는 너다.

  "정말 미치셨습니까? 위험하다고 했잖아요!"

  지금 저걸 말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면서, 내가 너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잘도 그런 소리를 한다. 너는 아닐지 몰라도, 내 마음에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멋대로 널 책임지겠다고, 널 지키겠다고 생각해 버렸으니까. 어떻게든 너를 지켜내고 싶었으니까.

  "그럼 어떡해. 내가 이러지 않았다면 다치는 건 너였어! 그렇게는 못 둬. 나한테 네가 얼마나 중요한지 최윤 네가 가장 잘 알잖아."

  "제가 뭐가 중요하다고!"

  또다. 너는 내 마음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말하곤 했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누른다. 또 똑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내 감정을 너에게 책임지라 강요하는 것은 그때 한 번이면 족하다.

  "내 손목에 네 이름이 있어. 너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잖아. 그런데 어떻게 두고만 봐. 너는 그럴 수 있어?"

  물론 내 손목에 네 이름이 쓰여 있지 않았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건 당연했다. 그 말을 들은 네가 침착하게 내 이름을 불러온다.

  "윤화평씨."

  "왜?"

  "제 목 뒤를 좀 봐주시겠습니까."

  네 말에 의아한 낯을 지울 수 없었다. 갑자기 목 뒤라니 무슨 얘기지. 부마자에게 공격이라도 받은 건가 싶어 덜컥 겁을 먹었다. 말없이 사제복의 단추를 풀어나가는 너를 나는 멀뚱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너의 목 뒤를 확인했을 때, 더 입을 열 수 없었다. 어째서, 여기 내 이름이 적혀있는 건지, 그리고 그 이름이 반짝이고 있는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 건지. 당황스러운 기분에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그 이름만을 바라보고 있자 네가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네가 말했다.

  "그게 내 답입니다."

  내 답. 그것은 무얼 뜻하는 걸까. 그러니까, 운명의 상대가 다치는 것을 그냥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고, 만약에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그것은 언젠간 너에게 했었던 내 고백의 답이 될 것이다. 떨림에 도저히 가다듬어지지 않는 숨을 억누르고, 이어지는 말에 너를 바라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윤화평씨, 윤화평씨만 혼란스러웠던 거 아닙니다. 알고 나서 몇 번을 다시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감정에 확신이 안 서서요. 몇 번을 고민하고, 몇 밤을 지새웠는지 모릅니다. 그냥 운명의 상대라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아니면 진짜 내가 윤화평씨를 좋아하는지."

  네 앞에 서면 늘 화끈거리는 손목보다 더 달아오르는 마음에 결국 긴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야, 최윤."

  이거 고백이야? 더 말을 잇기도 전에 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젠 어느 쪽이든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왜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런 건…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윤화평씨를 좋아합니다. 그게 답니다."

  윤화평씨를 좋아합니다, 그 고백에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이 여실히 느껴졌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 한 번도 이어질 리 없다고 생각했던 단어들이 문장이 된다. 맞닿는다. 네 감정과 내 감정이 섞이고, 네 진심과 내 진심이 얽힌다.

 

  그게 답니다, 그 어떤 말보다 그 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너는 나를 좋아한다. 그게 내가 너의 운명의 상대라서도 아니고, 우리가 동료여서도 아니고, 그냥 너는 나라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고백. 늘 두려움에 감춰왔던 나를 좋아한다는 고백. 

 

  조금은 충동적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몸을 일으키려는 너를 붙잡고 입을 맞췄다. 말캉한 감촉, 언젠간 상상했던 장면, 감각, 그리고 현실이 된 것. 벅차오르는 감정을 품에 안는다.

  그게 네 전부라면, 그게 네 답이라면.

  "… 이건 내 답이야."

  어둠뿐이었던 내 생의 빛이 되어준 너에게, 내 방식대로 줄 수 있는 답. 그때처럼 조금은 충동적이고 조금은 떨리는 답. 나를 밀어내지 않는 네가 웃는다. 

  이름으로 이어진 인연으로 네 생과 내 생이 맞닿고, 

 

  그렇게 너로 인해 내 생은 한없이 찬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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